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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의 나이에 한 달 가까운 시간을 내어 여행을 간다는 게 쉽지 않을 것이다.

긴 인생 속에서 잠시 나에게 충전을 주는 시간이 가족과 주변에는 걱정으로 느껴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설렘과 기대, 그리고 걱정과 어리숙함을 안고 베트남 다낭으로 떠날 준비를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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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가는 짧은 여행이 아니라, 긴 한 달을 살러 가는 건데…

12월 중순, 따뜻한 베트남 다낭으로 출발하기 위해 준비하였으나 쉽지 않았다.  ‘짐을 어떻게 쌓지? 따뜻하다는데… 그럼.. 반팔에 반바지? 아니면 그래도 얇은 긴 옷? 너무 어렵다…’ 계절의 날씨와 온도를 조사했지만… 체감이 어느 정도인지… 숫자로는 도통 모르겠다.

‘나만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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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해도 괜찮더라고, 내일도 모레도 한 달이 있으니까!

나의 익숙한 생활과 문화에서 벗어난 새로움을 발견하는 것도 여행의 묘미라고 생각한다. 다낭 공항에 도착하여 입국 심사를 위해 가득 채워진 사람들을 보고 놀랐지만, 차분히 줄 끝을 찾으러 갔다. 비록 줄 서기 가이드라인도 없었고, 안내하는 이도 없었고, 어디로 가야 하는 지 알지도 못했지만, 눈치껏 줄을 섰다.

‘눈치 게임 실패다.. 왜 내가 서는 줄은 항상 긴 걸까?’ 무려 한 시간 반이라는 시간 동안 한국에서 입고 온 겨울옷을 입은 채 많은 사람들을 구경을 했다. 그리고 구경 덕에 기다림이 생각 보다 나쁘지 않았다. ‘이런 재미와 여유로운 마음, 또 어디서 경험해볼 수 있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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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지만이 아닌, 새롭게 살 곳에서 보는 하늘

첫날 도착해서 본 하늘은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도 내 머릿속에 남아있다. 춥디추운 12월의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선명한 하늘색의 하늘과 갈수록 보이는 하얗고 커다란 뭉게구름이 투톤을 이루는 데, 마음이 뻥 뚫렸다.

신나는 마음으로 숙소에 도착하였지만, 낯선 건물 형식은 출입문 찾는 것부터 어려웠다. 한국에서 고심하며 고른 에어비앤비로 평도 리뷰도 매우 좋은 곳이었다. 그러나 평과 리뷰에는 나타나지 않는 치명적인 단점을 발견하였다. ‘여기서 어떻게 한 달을 살지…?’ 그러나 한 달이라는 시간이 주는 안도 덕분에, 마음을 가다듬고 주변 숙소를 발로 뛰어 알아보았다. 중간중간 하늘을 바라보며 하늘에 마음 빼앗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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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도 안 지나 마음에 각인된 다낭과 호이안

걱정과 어리숙함으로 다낭에서의 한 달 살기를 시작하였지만, 금세 다낭을 떠날 날이 다가올까 걱정하는 모습을 발견하였다. 며칠만 여행했다면 단기 여행지의 한곳이 되었을 다낭, 그러나 여유로움 속에서 발견한 다낭의 매력은 앞서서 나의 발걸음을 붙잡고 마음에 제대로 각인시켰다.

많은 곳을 여행하고, 바다도 꽤 가봤지만, 미케 해변의 모래는 남달랐다. 이곳의 부드러운 모래는 삼 단계 쿠션을 갖고 있다. 바다에 가장 가까운 단단한 모래 1단계, 적당히 물기가 있어 발에 라텍스 촉감을 느끼게 해주는 2단계, 완전히 건조되어 뽀드득 첫눈 밟는 느낌을 맨발에 전해주는 3단계! 커플이 맨발로 모래사장을 걷다 보면 속 이야기가 절로 나온다는 미케 해변의 마법! 머무르는 동안 매일 같이 느끼고 싶은 곳이다.

호이안의 강변에서 따스한 햇살과 석양을 모두 즐기는 여유는 마치 나에게만 주어진 특권같이 느껴졌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눈 부신 햇살을 가르며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면, 나에게 싱그러운 나뭇잎이 손 흔들어주는 것 같기 때문이다. 오감에 전달되는 이 경이로움은 꼭 경험해보길 추천한다!

어디선가 따스한 지역의 사람들은 유쾌하다고 들은 적이 있다. 베트남도 그런 곳일까? 현지인들의 생활지를 돌아다니다 보면 여유롭고 유머러스한 사람들을 종종 볼 수 있다. 오토바이 기름을 넣는 모습을 핸드폰으로 촬영하고 있으니 카메라 앞으로 다가와 어깨동무도 하고 재미난 표정도 짓는 직원, 길 가다 오토바이 기름이 떨어져 멈춘 우리를 보고 트루먼쇼처럼 다가와 손짓 발짓으로 열심히 소통하는 사이에 500ml 페트병에 기름을 사다 준 아저씨, 베트남 역사 질문에 기뻐하며 열심히 얘기해 주다 투어 시간을 오버타임까지 한 투어 매니저 언니, 모두가 나의 다낭 삶의 기록 한 줄씩 자리하고 있다. 다른 사람들의 여행은 어떤 문장들이 자리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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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키지여행과는 매우 다르고, 또 자유여행과도 사뭇 다른 한달살기! 여행을 일상처럼!

비가 와도 아쉽지 않고, 그 비를 온전히 즐길 수 있다. 실패해도 다시 다른 것을 누릴 수 있어 걱정이 없다. 성공한 것은 몇 번이고 더 즐길 수 있는 온전한 여유가 있다. 무엇보다 여행자도 거주자도 되어 볼 수 있는 기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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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도전한 한 달 살기, 생각보다 빨리 사랑에 빠졌다. 베트남 다낭도, 한 달 살기도!